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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벚꽃 덮친 황사, 재해예방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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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3-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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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계절에 불청객 황사가 심술을 부리고 있다. 이틀 전에는 전국에 황사 경보가 발효될 정도로 심각했다. 황사 경보가 발효되기는 10년 만이다. 제주에서 경주를 거쳐 서울까지 시간당 미세먼지 농도가 세제곱미터 당 2천 마이크로그램에 육박했다.
   미세먼지 기준으로 '매우 나쁨' 수준의 13배까지 치솟은 수치이다. 초미세먼지 농도도 같이 높아지면서 환경부는 황사 위기경보의 4단계 중 두 번째인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황사란 바람에 의해 하늘 높이 불려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모래흙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와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지역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방목과 개간 등의 인위적인 영향도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심해진 탓도 있다. 우리나라의 황사 평균 발생일수는 1970년대에 2.3일, 80년대에 4.1일, 90년대에 7.0일, 2000년대에 11.7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대엔 8.0일로 다소 줄기도 했지만 아직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2019년 서울시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세제곱미터 당 42마이크로그램인 것을 감안하면 황사로 인해 나타나는 세제곱미터 당 1000마이크로그램 이상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상시에 비해 최고 농도가 25배 가량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황사가 중국 동부 공업지역을 통과하여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경우 각종 유해물질을 포함할 가능성도 크다. 당연히 국민 건강이 위협을 받게 되고, 경제적 피해는 연간 최소 4천억에서 최대 1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마다 피해는 커지는데 별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 게 큰 문제이다. 한·중·일 황사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긴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 간다. 황사 발원지역의 사막화 방지에 대한 국제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 유입되는 황사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황사의 길목인 중국과 북한에 관측 망을 확충하고, 황사 이동 중의 현상 파악을 위한 위성기술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황사로 인한 피해는 국민 건강 위협뿐만 아니다. 관광지 경주를 화려하게 수놓은 벚꽃이 황사가 덮쳐 몸살을 앓고 있다. 경주 벚꽃은 평균 개화시기보다 열을 이상 더 빨라 벌써 3월 하순에 절정을 이루고 있는데 황사가 숨구멍을 막아 버려 예년같이 아름다움이 덜 하다. 벚꽃 개화가 앞당겨진 것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일조시간도 평년보다 많았다.
   2월 평균기온은 2.7도로 평년보다 2.3도 높고, 일조시간은 평년보다 17.7시간 많았다. 기온을 30년 단위로 확장한 새로운 기후 평년값을 보면 그 차이가 더 확연하다. 기후변화로 계절의 길이도 변해 봄·여름이 길어지고 가을·겨울은 짧아졌다.
   벚꽃 위에 올라 탄 황사는 벚꽃에 주는 피해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과 우리 경제를 망치고 있다. 기후변화는 재해예방의 기준과 정보도 달라지고 있다. 재난 대응의 새 기준과 지침 마련도 시급하다. 우물쭈물하다간 불의에 닥칠 재앙을 이겨낼 수 없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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